[교육정책] 교육격차에 대하여(희망과 현실의 간극, 그리고 학교의 역할 재조명)

 

 

 

   거 우리나라에서는 교육격차의 존재에 대해서 부정된 시기가 한동안 지속된 적이 있었다이런 주장이 지속된 데에는 교육격차가 실제 없다기보다는 없어야 한다는 당위론이 더 개입되어 있었을 것이다. 2000년대 이후 경제 위기로 사회 양극화가 국가적 의제로 제기되면서 교육격차 문제도 전면에 등장하기에 이르렀다이와 같은 맥락에서 다양한 데이터의 생산과 누적으로 교육격차의 심각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류방란김성식, 2006; 박경호 외, 2017), 이제 교육격차는 가장 심각한 사회적 문제 가운데 하나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교육격차는 교육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형태의 차이를 의미한다교육에서 개인 간 차이가 전혀 없을 수는 없다오히려 교육은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시키게 도와 다양한 차이를 만들어냄으로써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그럼에도 교육격차가 문제로 간주되는 이유는 개인의 잠재력과는 무관한 요인에 의해서 그 차이가 산출되기 때문이다부모 경제력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는 사교육 참여에 대한 소득계층 간 차이가 대표적인 사례이다(통계청, 2024). 이런 차이를 심각하게 보는 이유는 이런 차이가 교육의 불평등을 거쳐 사회 불평등으로 이어지게 되고이는 현대 능력주의 사회의 근간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격차 해소 노력의 성격과 과제

 

   이런 이유에서 교육격차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져 왔다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교육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저소득층 가정에 지원되는 교육급여교육비와 장학금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또한 취약계층 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하게 지원되고 있는 교육복지 서비스도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이런 방식의 교육격차 해소 노력은 학생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지원이라는 의미와 교육의 불리함을 완화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육격차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가장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은 학생이 겪는 사회경제적 취약성을 충분히 지원(보상)하지 못하였기 때문일 것이다이런 추론은 나름대로 현실적 타당성이 있으며취약계층 학생을 위한 지원을 더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이는 설령 보상적 성격의 지원이 충분히 이루어지더라도 계층 간 교육격차는 다양한 방식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달리 말하면교육격차는 사회경제적 취약성이라는 학교 외부에 존재하는 원인에 의해서 비롯되지만그 해결은 학교 내부에서 시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김성식, 2022). 이것은 학생들의 교육과 학습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학교교육을 문제해결의 중심에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을 함의한다.

 

 

   교육격차 해소에 대한 희망과 좌절의 공간으로서 학교

 

   교육격차와 관련하여 희망과 좌절이 공존하는 이유는 학교가 그 중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교육의 결과로 나타나는 격차는 겉으로는 학생 배경에 의해서 산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사실 그 배경 요소는 학생들의 교육적 성취를 직접적으로 산출하지는 않는다학생의 배경적 요소가 직접적으로 산출할 수 있는 것은 교육 기회의 측면이다부모의 높은 소득이 자녀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사교육과 같은 추가적인 교육 기회이다그러나 그와 같은 기회가 곧바로 학업성취로 실현되지는 않으며중간에 학생에 의한 학습 과정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학교는 이러한 학생들의 학습 과정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공간 가운데 하나이다.

 

   학교는 교육격차의 원천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유리한 조건이 되도록 함으로써 교육격차를 확인하고 인정하는 방식으로 관련될 수 있다학교가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한 교육격차와 관련되는 방식으로는 세 가지 측면을 생각해 볼 수 있다(남신동 외, 2024: 36-40).

 

   한 가지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 차이가 학교의 차이를 통해서 작동하는 경우이다학생들이 접하는 교육활동과 학습에 의미 있는 교육 기회들이 학교마다 다르고이러한 기회가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배분된다는 것이다이에 대한 교육격차 해소 노력은 학교 간 교육의 질적 차이를 최소화하거나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학교에 대한 접근 기회가 사회계층에 따라 동등하게 배분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학교 내에서 제공되는 교육 기회가 학생의 배경 요소와 밀접히 관련되는 경우이다학생 배경에 따라 교육과 학습의 기회를 차등화하는 학교 내 메커니즘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학교교육에서 이런 과정은 명시적이기보다는 능력에 따른 기회 배분이라는 명분 아래에서 다소 숨겨진 방식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어린 시절 부모의 적극적 개입이나 사교육 참여로 만들어진 학생 능력의 차이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의미 있는 교육활동이나 학습 기회가 차등적으로 배분되도록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이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교육격차 해소 방법은 학교 내에 존재하는 학생 간 교육활동 참여와 학습의 차이를 감소시키려는 노력이다.

 

   세 번째 측면은 학교교육의 결과나 효과가 학생 배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이다동일한 교육 기회와 학습 경험이라도 학생 특성에 따라서 그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학교에서 취약계층 학생들이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이유는 학교 내에서 동일한 기회와 경험을 부여받더라도 그 효과가 더 작게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런 방식은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가장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이와 관련한 교육격차 해소 방법은 취약계층에 효과가 크거나적어도 불리하지 않은 교육 내용과 학습 방식을 개발하여 적용하는 것이다.

 

 

   교육격차 해소의 새로운 전략을 기대하며

 

   학교와 교육격차의 관련성은 학교가 교육격차를 지속시키는 부분을 강조한다기보다는 그 반대로 학교를 통한 교육격차 해소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교육격차 문제를 단순히 사회경제적 취약성의 결과로만 치부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학교가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교육격차 해소 전략으로 사회적 취약성을 보완하는 보상교육적 노력은 폐기될 것이 아니라 확장이 필요하다사회적 취약성을 보완하려는 노력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교육격차의 외부 원인을 보완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그와 함께 학교 내 교육격차 발생 과정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학교의 내적 과정으로서 다양한 측면이 고려될 필요가 있겠지만 교육활동 속에서 이루어지는 학생과 교사의 상호작용을 그 핵심으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아울러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방식과 학습 양식이 교육격차 발생과 어떻게 관련되는지에 대해서도 탐구할 필요가 있다궁극적으로는 전 생애에 거친 과정에서 사회적 취약성을 어떻게 강점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사회적 취약성이 교육적 취약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전략들이 제도와 형식과 같은 거시적 측면으로부터 교사와 학생의 교실 속 상호작용과 같은 미시적 측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모색되어 교육격차 현상이 효과적으로 해결되어 가기를 기대해 본다.

 

교육격차 해소가 해소되어 모든 학생이 동등한 기회를 얻고 함께 성장하는 희망적인 모습의 그림
교육격차 해소가 해소되어 모든 학생이 동등한 기회를 얻고 함께 성장하는 희망적인 모습의 그림

 

 

필자: 김성식(김성식 교수는 현재 서울교육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학생성취에 대한 학교효과, 사회계층에 따른 교육격차 등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고교평준화정책 효과 실증검토>(공저), <학교폭력과 괴롭힘 예방>(공저) 등이 있다.)

소속: 서울교육대학교 교수

발행일: 2025.03.19.

 

자료출처: 교육정책포럼(교육시론 > 월간 교육정책포럼)